[이명] 나한테만 들리는 소리
내가 겪는 이명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한다.
혹시나 이명치료를 연구하고 있는 의사선생님이 계시다면 꼭 성공하셨음 하고
이명을 갖고 있는 분은 나의 이야기가 참고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문제없는 귀를 갖고 계시다면 귀를 잘 보호하시길 바란다.
이명[耳鳴] : 바깥 세계에 소리가 없는데도 귀에 잡음이 들리는 현상 (耳 : 귀 이, 鳴 : 울 명)
사전적 정의 그대로다.
외부에서는 소리가 없다. 그치만 내 귀에는 잡음이 들린다.
내게 이명의 시작은 유년기 부터다.
조용한 방 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조용한 방안에 시계소리가 들렸고 시계소리와 함께 삐~ 하는 소리가 작게, 아주 작게 들렸다.
그 땐 그 낯선 소리에도 이상한 마음, 걱정도 들지 않았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고등학교 무렵,
이어폰으로 라디오, 음악등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일렉기타 사운드가 좋아 락 음악을 많이 듣게 됐다.
어릴적부터 자신의 귀를 보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대학 입학 후에도 이어폰으로 음악 듣는 건 여전히 즐겨했다.
그러다가 군 입대를 했다.
군인의 기본은 사격.
매달 사격 훈련이 있었는데 방음 헤드셋은 전혀 없었다.
큰 소리를 막고자 휴지를 작게 말아 귀에 꽂고 총을 쏘긴 했지만
그마저도 귀찮아 안할때가 많았고
누구도 귀를 보호하라는 말도 없었기에
귀를 보호하지 않고 매달 사격을 하며
귀는 소음에 수차례 노출되었다.
어쩌다가 사격 후 삐~ 하며 청력이 순간 줄긴 했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상없이 돌아왔기에 청력손상에 대해 둔감했다.
그렇게 군 제대를 하고 다시 대학에 복학을 했다.
입대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이어폰으로 음악을 자주 들었다.
때때로 크게. 심지어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그 큰 음악 소리를 들으며 잠들곤 했다.
대학 생활을 하며 어느 날,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른 쪽 귀에서 웅~ 하는 저음의 이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명 때문에 처음으로 이비인후과에 갔다.
별 문제 없다고 했다. 나는 신경 쓰이는데.
한참 뒤 이명 소리가 더 신경쓰여서 다른 이비인후과에 갔다.
거기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진료를 해줬다.
하지만 물리적인 치료법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여기에서 중요한 이명 대책을 하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방법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무시하기.
이명 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들리던 말던 넌 소리내라. 난 내 생활을 하련다 하고 철저히 이명 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명 소리에 빠져버리면 정신을 버린다.
무시해야 한다.
너무 조용한 곳을 피하고
잘 땐, 잔잔한 음악이나 자연소리 등 약간의 소음을 들으며 자는 것이다.
이명은 무시해야 한다.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명은 현재까지 불치병이기 때문이다.
이명을 앓고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소리가 점점 커질 것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저주파에서 고주파로 점점 올라가며 크기도 함께 점점 커졌다.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이명은 상당한 고주파음이고 소리도 상당히 커서 자동차를 타고 갈 때도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난 그 소리를 무시한다.
몸이 피곤하면 이명이 심해지기도 한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잘 땐 잔잔하게 음악을 들으며 잔다.
혼자 잔다면 다행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잘 땐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수도 있다.
시간을 따져보니
약 30년 동안 이명은 점점 커졌다.
중간에 이어폰, 사격 등 큰 소리에 노출된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다.
오른쪽 귀가 이명이 매우 심하다.
이명과 함께 청력도 줄었다.
어느 신경과에서 진료받았을 때 병명이 '이명을 동반한 난청'.
여기서도 이명 치료는 불가능했다.
오른쪽 귀는 외부의 소리가 조금 들리긴 하는데 좀 특이한 현상이 있다.
음정이 약간 올라간 소리가 들린다.
음악의 계이름으로 예를 들면
악기가 '도'를 연주하면 내 귀는 도 보다 약간 높은 음이 들린다.
사람의 목소리는 헬륨가스를 마신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왼쪽 귀는 그마나 괜찮다. 그치만 왼쪽 귀도 작게 이명이 진행중이다.
가족력에 대해서는 어떨까?
유전일까?
할머니는 노년에 청력이 줄어들어 나중에 아예 듣질 못하셨다.
아버지도 잘 안들리시는 편이다.
이명이 있으신지는 잘 모르지만 난청이 심하시다.
최근 들어 코를 함부로 풀지 않는다.
고막에 영향이 갈까봐.
코 풀 때 압력이 상당해서 오른쪽 귀는 고막에서 바람 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명은 자신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명이 있다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이명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의외로 이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다.
주위에 10명에게 물어보면 절반 정도는 그 소리가 들린다고 할 것이다.
이명은 치료법은 없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몇가지 도움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병원을 가면 듣는 단골 멘트들.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술, 담배, 커피 조심하세요.
꾸준히 운동하세요.
다행히도 술, 담배는 하지 않는다. 커피는 가끔 마신다.
위에 것들을 모두 지키기 어렵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10대, 20대들은 이어폰, 헤드셋을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명은 아직까지 실제적인 치료법이 없다.
그나마 있다면 한가지, 무시하는 방법이 있다.
여전히 나만 들리는 그 소리를 무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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